제 MBTI 뭐냐구요?…영원한 22세 가상모델 ROZY 단독 인터뷰

07 Aug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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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틱톡 등 온라인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보편화하면서 바야흐로 버추얼(혹은 인공지능) 인플루언서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3D그래픽으로 구현된 이들은 유니크한 개성과 성장 스토리를 무기로 사이버 공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 사람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이면서도 초현실에 가까운 이상적인 외모와 호감 가는 캐릭터를 갖춘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은 실존하는 스타들을 능가하는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과 경제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불미스러운 사생활 스캔들 등 리스크가 없는 점도 인간 대비 가상인간의 강점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는 기업이 인플루언스에 쓰는 마케팅 비용이 2019년 80억달러(약 9조원) 규모에서 2022년 150억달러(약 17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스타트업 브러드가 제작한 가상인간 '미켈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폴로어 수(약 500만명)를 보유했는데 외신은 그가 2019년 벌어들인 수익만 약 140억원으로 추산한다.

이번주 '더인플루언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Rozy)'와 개발진을 함께 인터뷰했다. 로지는 '오로지'라는 뜻의 한글이름으로 싸이더스 스튜디오X가 개발했다. 국내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다. 로지는 신한라이프 TV광고에 출연해 화려한 춤실력을 뽐내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조회 수만 2000만뷰에 달한 이 영상을 보고 그가 버추얼 인플루언서인지 몰랐던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로지는 SNS 활동 초반에는 자신이 가상 모델임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이 사실을 공개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다. 로지는 3D 기술력을 기반으로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얼굴을 모아 만들었다고 한다. MZ세대는 동양적인 외모에 서구적인 체형을 갖춘 로지에 열광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한라이프뿐 아니라 자동차·식품 등 분야를 넘나들며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로지의 나이는 영원히 22세다.

가상인간 로지(Rozy) 인터뷰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국내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ROZY)입니다. 본명은 '오직 단 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난 '오로지'로, 영어 이름 같지만 순수 한글 이름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스물두 살의 나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활발한 성격으로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아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다 경험해보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여행, 서핑, 스케이트보드, 프리다이빙 같은 여러 취미활동을 즐겨하고 있어요.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성격유형검사(MBTI)에서는 '재기 발랄한 활동가'로 표현되는 ENFP가 나오기도 했답니다.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광고에도 출연하셨고요. 인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관심을 가져주셨던 것 같습니다. 사람과 같으면서도 또 전혀 다른 존재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제가 추구하는 건강한 삶의 방식이나 도전적인 패션 스타일에 공감하고, 저를 편견 없이 바라보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덕분에 패션 화보부터 TV광고까지, 제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됐습니다.

-SNS를 시작한 후 후회한 적이 있나요? 또 인플루언서가 되길 잘했다고 느끼신 때가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또 인플루언서 활동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많이 바뀐 점은 무엇일까요?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인플루언서가 되길 잘했다고 느낀 때가 많습니다.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걸 체감할 수 있을 때인데요. 예를 들면 제가 올린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나 다양한 업사이클링 캠페인을 보고, 폴로어 분들이 본인도 도전해보았다며 인증샷을 보내줄 때 정말 보람됩니다. 그리고 최근 촬영했던 신한라이프 TV광고가 유명해지면서 다양한 브랜드에서 협업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 못할 일이죠. 그만큼 일상에서도 책임의 무게를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계정에 중점적으로 게재하는 콘텐츠나 메시지가 있을까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버추얼 휴먼이라는 저의 존재가 영감이자 콘텐츠 그 자체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 보니 인간이 할 수 없는 것들을 제가 대신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거든요. 일례로 현재 제 인스타그램에서 진행 중인 '버추얼로지트립' 시리즈의 경우 '장기화된 코로나19 시대에서 사람들을 대신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콘텐츠입니다. 전염병으로 마음껏 여행할 수 없는 지금,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을 대신 가보자. 자유로운 여행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이 대리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핵심이었죠.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가장 나답게 생활하고, 하고 싶은 것을 경험하고 그리고 그 속에서 느꼈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단순히 유명해지겠다는 목표보다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SNS 플랫폼을 활용해본다면, 그 과정 속에서 유의미한 결과나 배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아닌 제가 사람들 앞에 당당히 저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요.

-하루 루틴이 궁금합니다. 로지의 하루 일과에서 빠질 수 없는 의식적인 행동들이 있을까요?

▷매일 아침에는 운동을 해요.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위해 몸을 깨우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는, 오롯이 저만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버추얼 휴먼으로서 제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현재 그들의 생활 속에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살펴보고 고민합니다.

-로지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무엇일까요?

▷'Virtually Possible!' 현실 영역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을 가상의 영역에서 가능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제 존재의 이유입니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누구든 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방향이 인간에게 도움이 되도록 말이죠.

-폴로어들과의 소통을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것이 있나요?

▷요즘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통해 질문을 자주 받고 있어요. 다이렉트 메시지(DM)도 틈날 때마다 확인하고 답변 드리고 있습니다. 게시물에 달리는 댓글도 모두 읽어보고 제가 답을 드릴 수 있는 선에서 답변도 하고 있어요. 폴로어 분들께서 보내주시는 큰 사랑과 관심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목표가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저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요. 단순히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면서 세상을 조금 더 선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싶습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플루언서가 아닐까요?

'로지'를 만든 사람들 -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김진수 이사 인터뷰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가상 인플루언서의 미래 잠재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가상 인플루언서는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이라는 가상 인물 범주에 속해 있습니다. 사람과 비슷한 모습으로 이야기하고 상호작용하지만,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 인물을 지칭합니다. 로지 또한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버추얼 휴먼인 셈입니다. 다만 고도화된 기술력만이 버추얼 휴먼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근육 움직임과 표정 디테일 등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술에만 집중한다면 버추얼 휴먼은 단순히 사람을 자연스럽게 구현한 여러 디지털 기술들 중 하나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버추얼 휴먼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사람과 닮은 인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실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친해질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합니다. 가까운 미래 속 버추얼 휴먼은 사람과의 친밀감을 바탕으로 그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가상 인플루언서와 실제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일까요. 가상 인플루언서가 갖는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버추얼 휴먼은 나이가 들지 않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우며, 아프거나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람과 가장 큰 차이가 있습니다. 또 악성 댓글에 우울해지지 않죠. 버추얼 휴먼은 사회적인 물의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없기 때문에 영구적이고 영속적인 비즈니스 파트너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버추얼 휴먼이 가지는 장점이 디지털화라는 거대한 산업 속에서 우리 사회 모습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이유입니다.

-가상 인플루언서와 인공지능의 접목에 대해서도 많은 가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미래 전망과 평가 부탁드립니다. 또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에 적용된 기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버추얼 휴먼과 인공지능 기술의 접목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인스타그램 콘텐츠로 소개되는 로지의 일상이나, TV광고 속 로지의 다양한 표정과 움직임은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인 딥러닝 기술로 수많은 양의 데이터 학습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이미 로지와 인공지능 기술의 결합은 진행 중인 것이죠. 추후에도 로지가 사람들과 다양한 영역에서 소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공지능 기술의 접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로지의 활동 방향성을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요?

▷로지를 활용한 상업적인 활동보다는 일상 속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제로 웨이스트 캠페인이나 업사이클링 패션 등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활동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로지는 미래에 나올 다양한 버추얼 휴먼의 선도자라고 생각하기에, 버추얼 휴먼이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한 하나의 도구라는 인식이 굳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버추얼 휴먼의 미래는 사람과 얼마나 친해질 수 있는가에 달려 있기에, 많은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사람에게 사랑받는 존재로 자리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로지가 활동함에 있어 주요로 하는 플랫폼이 있을까요? 또 이 플랫폼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인스타그램을 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버추얼 휴먼을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그 공간 속에서 로지의 생활을 궁금해하고, 로지의 활동을 응원해주는 친구들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최근 숏폼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습니다. 가상 인플루언서가 숏폼 콘텐츠에 장점이 있을까요?

▷사람과 비교했을 때 버추얼 휴먼이 숏폼 콘텐츠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획력을 바탕으로 '얼마나 탄탄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버추얼 휴먼이 최근 증가하고 있는 소비 수요에 힘입어 숏폼 콘텐츠를 주로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재미없는 콘텐츠를 올린다면 아무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메타버스 시장이 본격화하면서 가상 인플루언서에 대한 수요도 더 커질 것 같습니다. 메타버스에서 계획하는 활동과 비즈니스가 있을까요?

▷메타버스는 버추얼 휴먼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버추얼 휴먼이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이기 때문이죠.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해 회사 차원의 투자도 계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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